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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약 끊었어요"... 약 줄이고 삶의 질 높인 비결②[인터뷰]


당뇨병, 고혈압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만성질환 환자들 사이에 만연해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로 질환이 잘 관리되면 약 복용량을 줄이거나 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과 전문의 이치훈 원장(세실내과)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급격히 악화된 환자가 '1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이하 일만사)'참여로 잘 회복한 사례를 소개하며, "나쁜 습관을 바로잡고 약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용수철이 제자리로 돌아오듯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떤 질병보다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알려진 만성질환. 동네 의원에서 일만사를 통해 환자의 질병 관리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 이 원장에게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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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만사 전과 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의료진 입장에서는 일만사 이전에, 단순 약 처방만으로 충분히 호전이 되는 환자와 면밀한 관리를 위해 진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환자의 진료비가 같았습니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만 진료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과 관심을 쏟은 환자에 대해서 일정 부분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의료진들도 더 힘이 나고, 더 꼼꼼히 환자 상태를 살피게 됩니다. 게다가 만성질환은 환자의 생활에 더 깊이 개입할수록 빠르게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다 보니, 일만사를 통해 빠르게 회복하는 환자를 보면 의사로서 훨씬 보람을 느낍니다.

환자 입장에선,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스스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상당히 큰데, 의료진과의 대면∙비대면 소통과 실시간 모니터링, 심지어는 질환 교육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만사 이전에도 이런 플랫폼의 활용을 의료진이 제안하면, 환자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적용 가능했지만, 일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운영하게 되니 순응도도 훨씬 높고, 환자의 의지도 더 강한 편입니다.

Q. 실제 진료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예전에는 진료 전 환자들에게 혈압이나 혈당을 수첩에 기록해와 달라고 안내했지만, 빠뜨리거나 꾸준히 기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 의원의 경우 '웰체크'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수치를 입력하고, 의료진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기록 자체가 더 간편해졌고, 기록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없어졌습니다.

또 '웰체크'에서는 단순 입력값 외에도 최고·최저·평균 수치들을 그래프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과거 건강검진 기록과도 연동되어 질환의 진행 경과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날짜별, 질환별로 환자 정보를 정리해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수치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환자는 '주의군'으로 분류되어 더욱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일종의 '멤버십'을 느끼면서 '내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질환을 대하는 환자의 마음가짐이 더 적극적이라고 느낍니다. 호전되는 속도도 당연히 빠르고요.

Q. 일만사와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을 통해 잘 관리되고 있는 환자 사례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임신성 당뇨병을 앓았던 40대 여성 환자가 있었습니다. 출산 후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었는데 최근에 당화혈색소가 10.8% 정도로 많이 올라가면서, 내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만사 참여를 권해드리고, 웰체크 가입과 함께 연속 혈당 측정기도 추천드렸는데요. 이후로도 혈당을 꾸준히 체크하고, 식사법이나 운동법 등도 꼼꼼히 교육해 드렸더니 내원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서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복용하던 약도 하루에 두 번 먹던 것을 2주 사이 하루 한 번으로 줄였습니다.

이렇게 젊은 환자의 경우 나쁜 습관을 바르게 바꾸고, 약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늘어났던 용수철이 제자리도 돌아오듯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일만사를 통해 환자와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됐을 텐데,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만성질환에 대한 오해, 뭐가 있을까요
고혈압 약이나 당뇨병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오해를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초 복용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사례처럼 약 복용을 시작했더라도 생활 습관 등을 잘 관리하면 금세 복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중단하고 추적 관찰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젊은 나이에는 유전적 요인도 있겠지만, 생활 습관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잘 관리하면 충분히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해도 혈압, 혈당 수치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약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진료 시 환자들께 '약이 무서운 게 아니라 높은 혈압과 당이 무서운 겁니다'라고 종종 설명합니다. 이 말은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환을 관리하지 않고 혈당과 혈압을 높은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뜻입니다.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약들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고, 안정성과 효과가 확인된 약제이므로 장기간 복용해도 해가 되지 않고 중요한 대사 수치들을 정상화시켜 합병증을 예방하는 큰 효과가 있습니다. 또, 개인의 질환 정도에 따라, 오히려 빨리 약을 복용하고 질환에 개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 될 때가 많습니다. 

Q. 그럼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환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체중을 충분히 감량하고 식사∙운동 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몸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일부 성분의 혈당 강하제는 저혈당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혈당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 그러한 약제들을 우선적으로 줄여가고 혈압약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용량을 감량해 갑니다.

만성질환 관리를 시작했다면, 꾸준히 혈당이나 혈압 기록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Q. 만성질환에는 당뇨병과 고혈압만 있는 것은 아닌데 사업 대상 질환에 왜 이 두 질환만 있는 걸까요
아마 사회 경제적인 관점으로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 발병률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고혈압은 고령이 되면 대략 3명 중 1명에게 발병하게 되고, 당뇨병은 약 7명 중 1명에게 생긴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간이나 갑상선 질환 같은 다른 만성 질환에 비해 관리해야 할 환자 수가 많다는 것이죠.

또, 이상 지질혈증은 발병률 자체는 높지만, 국가 건강검진을 통해 잘 발견되는 만성질환이기도 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이 질환들을 관리하면서 적절하게 약물로 함께 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상 지질혈증은 식사, 운동 등 외인적인 요인보다 유전에 따른 내인성으로 요인으로 지질 수치들이 상승된 경우가 많아 생활습관의 개선보다 꾸준한 약제 복용의 중요성이 더 큰 편이고 좋은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어 약제만 잘 복용하면 조절을 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고혈압과 당뇨병의 합병증은 발생했을 때 생명과 직결되거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는 점도 이유일 것입니다. 신장 투석을 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당뇨병의 합병증에 의한 환자입니다. 한번 투석을 시작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건강 보험 측면에서 국가 재정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고혈압도 제때 조절하지 않으면 뇌졸중과 같이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다른 만성 질환에 비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Q. 만성질환 환자 중 일만사를 모르거나, 관리를 미루는 환자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조기에 당뇨병 약제를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췌장 기능이 더 오래, 잘 보존된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일찍 약을 복용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고, 점점 약해져 가는 신체 기능을 조기에 보호해서 길게, 오래 쓸 수 있도록 해준다고 생각하고 하루빨리 관리를 시작하기를 권해드립니다.

특히 일만사라는 좋은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에, 가까운 의원에 주치의를 만들고, 한 팀이 되어서 꾸준히 관리해 나간다면, 큰 합병증 없이 건강히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